4 내가 드리는 기도

내가 드리는 기도


은밀히 드리는 기도 : 나는 기도를 합니다. 대개 매일 아침과 저녁 두 차례 기도합니다. 어떤 때는 종일 계속하기도 합니다. 나의 기도는 대개 묵상입니다. 즉 혼자서 조용히 마음으로 생각하면서 드리는 기도입니다.

교회에서 단체로 드리는 기도와는 다른 기도를 드립니다. 가족 예배 때에는 소리를 내어서 기도하며 마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가서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기도할 때에도 소리를 높여 기도합니다. 그런 때에 내 기도를 들을 수 있는 것은 하늘에 계신 하나님과 공중에 나는 새들뿐입니다. “또 너희가 기도할 때에 외식하는 자와 같이 되지 말라 저희는 사람에게 보이려고 회당과 큰 거리 어귀에 서서 기도하기를 좋아하느니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저희는 자기 상을 이미 받았느니라 너는 기도할 때에 네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고 은밀한 중에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라 은밀한 중에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으시리라”(마 6:5-6).

삼류가 아니신 하나님 : 나는 내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는 기도하지 않습니다. 집안의 안전과 장사의 번영을 비는 기도는 하나님이 들어주시는 기도가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목숨을 위하여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 몸을 위하여 무엇을 입을까 염려하지 말라 목숨이 음식보다 중하지 아니하며 몸이 의복보다 중하지 아니하냐 공중의 새를 보라 심지도 않고 거두지도 않고 창고에 모아들이지도 아니하되 너희 천부께서 기르시나니 너희는 이것들보다 귀하지 아니하냐”(마 6:25-26). 나의 하나님은 그 사람이 무슨 장사를 어떻게 하고 있든지 상관없이 교회에 헌금을 많이 바치기만 하면 복을 나누어 주는 성황당의 삼신할머니 같은 분이 아닙니다. 또한 원수를 저주하는 기원을 들어주는 삼류 하나님도 아닙니다. 의와 사랑의 하나님이시기 때문에 나의 욕심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해를 주고자 하는 기도는 일절 들어주시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런 기도를 드리는 자에게 형벌을 주십니다. 나의 기도는 그런 기도가 아닙니다.

감사의 기도 : 나는 하나님께서 이 아름다운 세상을 창조해 주신 것을 감사합니다. 내게 좋은 친구를 주신 것을 감사하고 부족한 내가 하나님의 일을 할 수 있는 선교 사업을 주신 것을 감사하며 선과 악을 구별하고 진리와 오류를 분별하며 빛과 어둠을 구분하여 하나님을 섬기는 마음을 주신 것을 감사합니다. 내가 사리사욕에 빠져서 이기심의 노예로 끌려 다닐 때에 하나님의 섭리를 통하여 나를 구원하여 주신 은혜를 감사드립니다. 새벽에 일어나 동쪽 하늘을 바라보며 새로운 하루를 허락하신 은혜를 감사드립니다. 나의 기도는 기원의 기도가 아니라 감사의 기도입니다.

사업을 위한 기도 : 나 역시 연약한 사람이기에 감사를 마친 후에는 내 마음속에 원하는 바를 하나님께 아룁니다. 내가 종사하고 있는 사업을 위하여 기도드립니다.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성공할 것을 비는 것은 아닙니다. 결과를 오직 하나님의 뜻에 맡기고 나의 최선을 다하여 지치지 않고 정진하게 되기를 기도드립니다. 내가 하는 일을 통하여 하나님의 이름과 명예가 더럽혀지지 않을 뿐 아니라 여러 사람들에게 유익을 가져다 줄 수 있게 되기를 기도드립니다. 내가 처음에 사업을 시작한 이유와 목적이 하나님의 영광을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그 정신과 소원이 변치 않고 이루어지기를 비는 것입니다.

동료를 위한 기도 : 나와 함께 일하는 동료들을 위하여 기도드립니다. 나의 부족과 연약함 때문에 그들이 시험받지 않고 걸려 넘어지지 않게 되기를 기도드립니다. 이 문제는 나로 하여금 언제나 열심히 기도하도록 만드는 주제입니다. 나는 내가 소원하고 결심함으로써 시작한 일이기 때문에 실패한다고 할지라도 실망하거나 낙담할 일이 없지만, 나를 믿고 신뢰했기 때문에 모든 것을 버리고 내가 하는 사업에 동참한 동료들이 나의 부족과 결점으로 인하여 시험을 받아서 넘어진다면 그것은 정말 견딜 수 없는 일입니다. 그래서 나는 동료들을 위하여 간절히 기도합니다.

가족을 위한 기도 : 나는 가족을 위하여 기도드립니다. 그들은 참으로 연약한 나를 의지하여 살아가는 불쌍한 사람들입니다. 하나님께로부터 오는 위로와 안위 외에는 어떤 것도 그들에게 주지 못했지만 그들은 그것으로 만족하고 살아가는 나의 가족입니다. 세상에 흔히 있는 오락이나 쾌락도 주지 못하지만 오직 나 하나만을 믿고 따라오는 가족을 위하여 감사의 기도를 드립니다. 내가 진리 위에 굳게 서고 의를 위하여 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절약하면서 살림을 꾸려가는 아내를 위하여 기도드리는 시간은 정말 내게 귀한 시간입니다. 얼마 되지 않는 수입을 쪼개고 쪼개서 자신보다 가난한 사람을 구제하는 아내를 볼 때마다 거룩함을 향한 정열이 솟구쳐 오름을 느낍니다. 그런 아내에게 따뜻한 말과 친절한 위로를 주기는커녕 더 잘하라고 꾸짖었던 내 모습을 생각할 때마다 참으로 마음이 괴롭습니다. 아내와 가족을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터질듯이 불쌍하지만 하나님의 군사로 이 세상을 살아가야 하기에 오늘도 앞을 보며 전진합니다. 그러므로 홀로 하나님 앞에 앉아서 기도드릴 때, 아내와 가족들 위에 풍성한 하나님의 축복이 임하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친구를 위한 기도 : 나의 친구를 위하여 기도합니다. 때로는 그 친구의 이름을 들어가며 합니다. 특히 친구들 중에 의를 위하여 핍박을 당하는 친구와 가난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또 나와 같은 정신과 신앙을 가진 사람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내가 믿는 동일한 진리를 가르치고 복음을 전파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보이는 곳과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동일한 목적과 사명을 가지고 일하는 친구들을 위한 기도를 결코 멈출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들의 사업은 나의 사업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를 위한 기도 : 나는 내 자신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무엇보다도 먼저 하나님께서 내 마음을 열어주셔서 하나님의 진리를 보다 분명하게 나타내어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물론, 생각나는 죄를 고백하고 용서받기를 기도드립니다. 내 마음이 눈같이 결백하게 되기를 기도합니다. 육체의 연약함 때문에 죄인지 알면서 죄에 빠지지 않게 붙잡아 주시기를 기도합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인도하여 주셔서 점점 더 밝은 빛으로 나갈 수 있도록 기도드리며, 또 내게 주어지는 빛과 진리대로 살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기도합니다.

나 같은 죄인은 도저히 하나님의 구원을 받을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여 기도하기를 폐한 적도 있지만 그분의 은혜를 물리치고 거절할 수 없어서 다시 하나님께 나아가 엎드려 용서를 간구하였습니다. 그런 때야말로 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을 찾아가 큰 음성으로 하나님의 용서를 구합니다. 그런 간구가 있을 때마다 하나님께서는 내 참회의 마음에 평화를 주시는 동시에 다시는 그런 과오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강한 결심을 주셨습니다. 어떤 때는 나의 건강을 위하여 기도드리는데 그런 기도는 단지 오래 살면서 육체의 쾌락을 누리기 위함이 아니요 하나님께서 명하신 사업을 잘 완수할 수 있는 체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드리는 기도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하나님의 사업에 대한 고민이 너무나 깊어서 돈을 달라고 기도한 적도 있습니다. 하나님의 사업을 확장함으로써 나의 명예를 높이기 위함이 아닙니다. 자금의 결핍 때문에 눈앞에 보면서도 선한 사업을 이루지 못할 때에 너무나 답답하여 기도드렸습니다. 하나님은 그것이 돈이든지 물건이든지 간에 내게 필요하다고 생각하실 때에는 구태여 기도드리지 않아도 주시는 분입니다. 그러나 나의 생각은 하나님의 생각과 달랐고 나의 계획은 하나님의 계획과 달랐기 때문에 간구했지만 응답받지 못한 때도 있었습니다. 나는 하나님의 사업의 번영을 생각했지만 하나님께서는 도리어 나와 사업을 궁핍하게 하셔서 나를 더욱 겸손케 하심으로써 전적으로 하나님을 의지하도록 인도하셨습니다. 그 결과 당신의 영광이 더욱 더 분명하게 드러나게 되었습니다. 그때의 경험 이후로 나는 돈을 위한 기도는 더 이상 드리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사업을 생각하지만 하나님은 나를 먼저 생각하시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말한 것이 대체로 내가 드리는 기도의 내용입니다. 내가 드리는 기도는 관음당의 부처 앞이나 마을 앞의 수백 년 묶은 나무 앞에서 드리는 기도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기도입니다.

한 가지 의문 : 여기서 우리는 한 가지 도전에 부딪히게 됩니다.”기도란 정말로 효력이 있는 것인가? 만일 신이 존재한다면 기도가 응답된다는 증거가 어디 있는가? 그리고 우리의 마음가짐이 하늘의 이치에 맞는다면 구태여 기도하지 않아도 신은 당신의 뜻을 행할 것이다!” 이러한 말들은 종종 나처럼 기도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을 당황케 합니다. 그러나 그러한 말들은 기도가 진정으로 무엇인지를 모르기 때문에 하는 말들입니다. 그리스도인은 내 뜻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하는 사람입니다. 그러므로 그리스도인의 기도는 반드시 응답받는 기도입니다. 진실한 그리스도인의 기도는 앞으로 일어날 하나님의 행위에 대한 예언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은 결코 하기 어려운 일을 하나님께 억지로 해달라고 요구하지 않습니다. 간구하는 그것이 돈이든지 사업이든지 기적이든지 은사든지 방언이든지 간에 기도는 내 뜻을 관철시키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찾기 위한 나의 굴복입니다. 그러므로 진실한 기도에는 어떤 종류의 이기심과 욕심도 발붙일 틈이 없습니다. 기도란 헌금이라는 뇌물을 교회에 내고 나의 요구를 청탁하는 수단이 아닙니다. 하나님은 사랑의 하나님이므로 우리가 요구하지 않아도 우리에게 정말로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에는 우리의 기도를 기다릴 필요 없이 즉시로 베풀어 주십니다.

기도할 수밖에 없는 이유 : 기도는 하나님을 향한 우리의 천진한 마음이 흘러넘치는 표현입니다. 마음속에 넘치는 감사의 마음이 흘러넘치는 것이 기도로 표현되는 것입니다. 또한 걷잡을 수 없는 번민과 슬픔의 정이 나눌 곳을 찾다가 드리는 것이 기도입니다. 기도는 부모와 나누는 대화입니다. 기도는 말을 아름답게 꾸며야 하는 문학도 아니고 과장해서 포장해야 하는 사업 수단도 아닙니다. 그리스도인은 기도를 통하여 하늘에 올라가서 하늘 아버지의 뜻이 무엇인지를 알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기 때문에 기도하게 되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하늘 높은 곳에 홀로 앉아서 인간의 운명을 지배하는 무감각한 분이 아닙니다. 그분은 항상 우리 곁에 계셔서 우리를 부모처럼 돌보아 주시고 마음을 졸이시는 분이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종종 하나님과 대화하고 우리의 걱정과 고민거리를 털어 놓을 수 있으며 우리를 향한 그분의 사랑과 은혜에 대하여 감사의 말을 전할 수 있습니다. 부모의 은혜를 아는 자식이 부모와 이야기하지 않고 살 수 없듯이 하나님의 은혜를 아는 사람이 하나님과 대화하지 않고 살 수 없습니다. 슬플 때나 아플 때 부모의 손길을 그리워하듯이 인생의 생사고락에서 우리는 당연히 기도를 통하여 하늘 아버지를 찾아가게 됩니다.

기도하지 않는 불행 : 세상에는 기도하지 않는 사람이 있습니다. 있는 정도가 아니라 아주 많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처럼 불쌍한 사람은 없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사람들은 부모 없는 고아처럼 살아가는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나에게 힘이 되어 줄 것이라고 믿었던 친구도 변심하여 떠날 수 있고, 내가 모든 것을 바쳐서 다녔던 회사도 나를 버릴 수 있으며, 나를 사랑한다고 속삭였던 연인도 한 줌의 돈과 명예에 마음을 뺏길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부모와 처자 역시 나를 도와주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결국에는 죽어서 없어지게 될 인간만을 의지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얼마나 적막하겠습니까? 우주의 왕이 바로 우리 곁에 계신데 그분을 알아보지 못한 채 기도하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요? 우리 모두는 언젠가는 하늘의 재판정에 서야 할 운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때에 우리가 벌었던 돈과 가졌던 명예가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하늘의 왕이 우리의 아버지가 아니라면 우리가 이 세상에서 조금 더 오래 살고 조금 더 잘 사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의무가 아니라 특권 : 기도는 의무가 아니라 특권입니다. 하늘 아버지께 기도할 수 있는 특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이 우주에서 가장 행복한 자들입니다. 기도하는 사람은 이 세상을 살아갈 때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며, 죽음을 목전에 두고서도 영원을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기도할 수 있다면 두려워할 것이 없습니다. 두려워해야 할 것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기도하고자 하는 마음이 사라지는 것입니다. 기도하고자 하는 마음이 사라지게 될 것이 두렵기 때문에 나는 항상 기도합니다. 죽음이 나의 입을 막기 전까지 내가 드리는 기도는 결코 중단되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