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교회를 떠난 이유와 돌아온 이유

교회를 떠난 이유와 돌아온 이유


나는 모태로부터 교회에 다녔다. 사람들은 나 같은 사람을 모태 교인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모태 교인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심각한 문제가 있는데, 그것은 그들이 교회에 나가는 분명한 이유와 목적이 없다는 것이다.

유모차에 실려서 교회에 다니기 시작했고, 어머니 등에 업혀서 주일마다 교회에 나갔던 사람들이 모태 교인이다. 나의 부모님 역시 비싼 돈을 들여서 나를 교회 학교에 보냈고, 주말마다 주일 학교에 출석시켜서 성경을 배우도록 했다. 이런 생활을 하는 동안, 나는 참 신앙을 배우는 대신, 내가 어떻게 해야 부모님의 마음을 편하게 하는가를 배우게 되었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잘 믿는 사람“흉내”를 내는 일에 매우 능숙하게 되었다. 경건한 모습으로 찬미를 부르고 조금 떨리는 음성으로 기도를 하고 그리스도인처럼 말하는 기술을 일찍부터 터득하였다. 부모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기 위하여 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였다.

교회 안에 있는 교인들이 다 비슷한 수준에 있었기 때문에, 나는 참된 신앙이 가지고 있는 진정한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기회를 얻지 못했다. 내 주변 사람들이 다 비슷한 믿음과 비슷한 신앙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내가 좀 더 깊은 신앙의 경지와 경험으로 들어가야만 하는 필요를 절실하게 느낄 수가 없었다. 성경에 대한 얕은 지식과 메마른 신앙 고백, 그리고 정기적인 교회 출석으로 구원이 보장되는 듯한 분위기에 나는 너무나 익숙해 있었다. 나는 교회 안에서 살아계신 하나님을 느낄 수 없었으며 의식과 전통 그리고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기도에 너무나 익숙해 있었다. 그런 교회로부터 나는 교회를 계속 다녀야만 하는 분명한 이유를 발견할 수 없었다.

성장하여 부모의 간섭과 영향력으로부터 독립할 수 있는 나이가 되자, 나는 교회를 포기하고 떠났다. 어렸을 때부터 늘 한쪽 마음 속에 숨어 있었지만 주변의 눈치 때문에 표현하지 못했던 것들을 마음껏 해보고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생활과 취미를 즐기면서 살고 싶었다. 교회에서 사귀었던 친구들을 버리고 세상에서 만난 친구들과 어울리기 시작하였다. 어떤 면에 있어서, 마음으로는 세상을 그리워하면서 겉으로는 그렇지 않은 척하면서 살아가는 교회 친구들보다 자신이 생각하고 믿는 그대로 살아가는 세상 친구들이 더 정직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대학에 가서 새로운 삶을 맛보면서 나는 더욱 더 세상 깊은 곳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대학을 마치고 좋은 직장을 가지게 되자, 나는 내가 꿈꾸던 모든 것을 가졌다고 생각하였다. 세상에서 “잘 나가는 사람”이라는 말을 듣는 것이 얼마나 자랑스러웠던지…. 나는 가진 것이 많아야 인생이 재미있고 행복하다는 말을 진리처럼 믿었다. 지혜의 사람 솔로몬은 “모든 것이 헛되고 헛되도다”라는 말로 인생을 요약하였지만(전 1:2), 나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고 동의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인생의 쾌락은 그 진정한 모습을 서서히 드러냈다. 오랜 기간의 부절제는 건강을 상하게 하였고, 마음은 피로와 참된 행복이 결여된 삶으로 인하여 피폐해졌다. 나는 내 인생이 심각하게 잘못되어 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낮에는 격무로 인생의 허망함을 잊었고, 저녁에는 친구들과의 한 잔 술로 마음의 텅 빔을 채울 수 있었지만, 밤에 어두운 사원 아파트 방에 들어와 침대에 눕는 순간, 허무와 외로움이 밀려왔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마음 한 쪽 깊은 곳에서 한 음성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점점 분명하게 들려온 그 음성은, “내가 다시 너에게 기회를 주마”였다. 나는 하나님께서 줄곧 내게 가까이 계셨음을 느꼈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그 기회를 결코 놓칠 수가 없었다. 나는 내 삶이 싫었다. 쾌락도 싫었고, 돈도 싫었고, 모든 것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나는 실로 오랜 만에 기도를 하게 되었다. 내가 드린 기도는 예전에 부모님과 선생님이 시켜서 형식적으로 드렸던 그런 기도가 아니었다. 내 기도는 하나님을 간절히 찾고 싶은 열망으로 가득 차 있었다. 성경을 읽을 때에도 내 마음은 쿵쾅거렸고 흥분되었다. 성경은 내게 전혀 새로운 책이 되었다. 값비싼 옥합을 깨뜨려 예수님의 발을 자신의 머리카락으로 씻겼던 막달라 마리아의 마음이 내 마음이 되었고, 애굽 왕의 자리를 포기하고 광야 생활을 하기로 결심했던 모세의 마음이 내 마음이 되었으며, 성경에 등장하는 모든 위대한 사람들의 말과 심령이 너무나 내 마음에 와 닿았다. 그렇다. 내 마음 전체가 하나님께 드려지자, 성경은 더 이상 어렵거나 이상한 책이 아니었고, 기도는 더 이상 형식적이고 무의미한 것이 될 수가 없었다. 나는 드디어 하나님을 “나의 하나님”이라고 부를 수 있게 되었다!

인생이 재미있는 사람은 하나님을 찾지 않는다. 인생의 허무를 느끼지 않는 사람은 하나님을 찾을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돈이 좋은 사람은 창조주 하나님이 존재하지 않기를 바라게 된다. 그러나 이제 하나님은 내게 시작이고 끝이 되셨다. 마음은 행복과 기쁨과 감사로 가득 차게 되었으며 어두운 밤에도 외로움과 허무함을 전혀 느끼지 않고 하나님의 사랑 안에서 포근한 수면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가난한 사람의 손을 따뜻하게 잡아주고, 병든 사람의 귀에 위로를 들려 줄 수 있으며, 외로운 사람의 친구가 되어 줄 수 있는 그리스도인의 길을 드디어 발견하였다. 솔로몬 왕의 말대로 인생은 허무한 것이지만, 그 속에서 우리는 하나님께서 마련하신 기회와 축복을 발견할 수 있으며, 그것들을 붙잡고 예수님을 만나기 위하여 하늘 나라로 가게 된다!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 나의 하나님!